일본어 책이 대부분 세로쓰기로 되어있는 이유?
90년대 신문만 하더라도 일부 신문에서 세로로 쓰여진 문장을 본 기억이 있지만
현대 한국어 화자는 위에서 아래로 이어지는 세로쓰기보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가로쓰기를 하는 문장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그에 따라 일본어 교재 역시 눈에 익은 왼쪽에서 오른쪽 가로쓰기로 작성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어에 익숙해진 후 일본어로 된 책을 처음 접하게 되면 대부분 세로쓰기로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읽는 행위 자체에 익숙해지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일본어는 익숙하지 않은 세로쓰기를 왜 고수하고 있는 것일까요?
몇 가지 가설을 소개합니다.
역사적인 이유
동양의 경우 책을 편집할 때 커다란 종이가 아닌 세로로 긴 두루마리가 주로 쓰여졌습니다.
중국에서 일본에서 한자가 도입되었을 때 마찬기로 세로로 긴 두루마리에 글을 쓰는 것이 자연스러웠습니다.
시각적인 이유
동아시아 한자문화권에서 아직도 남아 있는 서예 문화의 영향도 있습니다.
한자의 경우 획 수가 많기에 가로쓰기보다는 세로쓰기가 한자의 복잡한 형상을 더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모르겠지만 초등학교 때 서예 교실이나 미술 시간에 먹과 붓을 가지고 글을 써 보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가로로 쓰는게 아닌 세로로 길게 종이를 고정시켜 놓고 위에서 아래로 한자를 따라 그렸던 기억이 납니다.
언어적인 이유
일본어는 기본적으로 공백으로 문장 사이를 구분하지 않습니다.
한국어와 문법적인 구성은 동일하지만 띄어쓰기가 없기에 일견 어디에서 문장이 끝나는지 알 수 없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어에 어느 정도 적응을 하고 난 뒤라면 단어와 조사, 어미에 따라 문장의 경계를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반대로 한글이나 영어가 세로로 쓰여진다면 문장 내 반드시 공백을 두어야 합니다.
세로쓰기에서 공백을 넣은 문장은 가독성 및 편집성이 상당히 떨어질 것이라 생각됩니다.
다만 책 이외에 일부 잡지나 업무상 이메일, 넷플릭스 등의 드라마 자막은 전부 가로쓰기로 되어 있습니다.
아래와 같이 매체나 편집 구성에 따라 쓰기 방법이 혼용되어 있습니다.
요즈음에는 디지털 기기 보급의 영향인지 가로쓰기로 된 서적도 많이 발간이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위와 같은 이유로 대부분 일반 서적은 아직도 세로쓰기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만화책의 경우 대사 문장이 짧기에 세로쓰기라도 크게 불편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도표나 설명이 많이 들어간 경제잡지나 신문의 경우 아직도 한눈에 내용이 파악되지 않습니다.
8년 이상 일본에 살았음에도 익숙해지지 않는 것이 아직도 많이 있습니다.
세로쓰기 관습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필요한 사람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 하루라도 빨리 적응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